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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2 오늘날 '자본'을 읽는 일 (3)
  요즘 '자본'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고민을 했고 다른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책은 이미 죽어버린 것이 아닌가?" 사실 그렇지는 않다. 요즘 월 스트리트에서 꽤 잘 나가는 게 '자본'이라고 한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에서는 '신 자본주의'를 특집 기사로 전하면서 트로츠키의 '영구혁명론'을 인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은 현재를 설명할 수 있는 책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자본' 이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본'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보완하려고 했다. 적어도 내가 읽어본 바로는, '자본'의 이론은 100% 완벽하게 현대의 현실을 설명해줄 수 없다. 그것은 시대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필멸자인 인간의 산물로서는(그것이 사상이나 분석이라 할지라도) 필연적인 것이다. 맑스는 우리 시대를 경험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결국, 나는 밑에 쓴 글로 대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맑스의 저작이 단지 '사회학 서적'으로만 읽히지 않는 것은, 그가 철학적인 자세로 문제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현대의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싸워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에 관한 실마리이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속속들이 해부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일정 부분에서는 그러한 역할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는 헤겔의 관점을 이어받아 인간 존재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했고, 그것은 그의 저작 '자본'에 매우 잘 드러나 있다.
  만일 세상에 나온지 100년이 훨씬 지난 서적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설명해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국부론'을 그렇게 읽지 않으며, 아담 스미스의 주장에서 무엇이 틀렸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은 맑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부정될 수 없는 신적 존재가 아니며, 그의 사상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만 그가 말하는 것 중에 무엇이 우리에게 쓸모있는가를 찾으면 그만이다. 그것은 100년도 넘은 니체의 철학을 우리가 아직도 읽고 있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무엇에 대항하여 싸워야 하는가 - 그것은 당시에도 지금도 유효한 질문이며, (100년이 됐든 1000년이 됐든) 그 질문에 대답하는 책만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