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미니홈피를 돌아다녔다. 다들 무언가를 쓰고 있다. 일기의 형식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monologue이다. 전파에 실려 세계로 발신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dialogue이다.
그들이 왜 쓰는가를 묻기 이전에, 나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그런 독백-대화를 쓰는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이다.
내면의 고백, 그것은 그 자체로 치유의 기능을 한다. 인간이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함으로써 얻는 쾌감은 다른 이의 반응을 통해 배가된다. 그러므로 그들이 쓰는 글은 의미가 없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에게 의미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나로서는 정돈되지 않은 생각을 공개하는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잘 알 수 없을 뿐더러, 내 독백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옹호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 시대는 모든 것이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고 말하지만, 내게는 모든 것이 똑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부유하는 아포리즘과, 김수영의 산문이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내게 전자는 길거리의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 다른 이들에게는 그들의 휴지조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다만, 나 스스로 쓰레기를 생산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추기 : 모월 모일의 단상이라 함은, 내가 사용하는 수첩에서 옮겨 적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위에서 쓴 것처럼, 나는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글은 이 '독백' 게시판에조차 옮겨 적지 않는다. 그런 건 그냥 혼자 두고 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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