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달 10일 고려대 일본학 연구센터와 일본문화원이 주최한 심포지엄 ‘문학의 새 지평-기억·경계·미디어'가 열렸었다. 참가자는 시마다 마사히코, 신경숙, 기리노 나쓰오, 구효서 씨. 이걸 꼭 가고 싶었는데, 당시 아르바이트 중이고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포기했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강연 녹음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 시마다 마사히코 씨의 강연을 듣고서 내용이 들을만한 것 같아 녹취하여 번역해 보았다. 몇몇 부분은 동생이 도움을 주었으며, 끝끝내 녹취가 어려운 부분은 일단 괄호로 표시해 두었다. 몇 부분 안되긴 하지만 나중에 지속적으로 확인해 볼 예정이다.
  시마다 마사히코 선생의 강연은 총 40분 가량의 분량으로, 마지막 6-7분에는 직접 쓴 시를 발표했다. 시는 녹취상 행갈이라든가 연의 구분이 어려운 문제로, 강연 자체의 내용만을 번역했다.
  번역의 질은 둘째치더라도 힘들게 듣고 써가며 애쓴 결과물이므로, 가져가실 분들은 되도록이면 주인장에게 알려주셨으면 한다.


◎ 주인장이 주의깊게 들은 내용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말이 시베리아의 오지에 살고 있는 유목민이라든가, 사막에 살고 있는 유목민, 그런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도록 말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세계를 이곳저곳 여행해 온 것도, 다른 나라 말의 힘, 이것을 자신의 언어에 포함시키고 싶다, 이것이 이유였습니다.[……]

[……]궁극의 자유란 것을 추구하면 인간은 결국 야만이 됩니다. 자유의 추구에 본성을 발휘하는 작가가 야만이 되는 것,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것입니다.[……]

[……]세계에 대한 증오, 이것은 강렬한 집필의 엔진이 됩니다. 자신의 존재를 희박하게 만들려는 세계에 대해서는, 나의 존재를 저주의 말과 함께 깊이 새겨 넣는 것이야말로 복수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립무원이라는 것은 작가의 훈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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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현 2006/12/28 15:04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런 거 완전 부러워.
    게다 원문 진짜 좋은데. 근데 왠지 허원영이 쓴 것 같아. [먼산]

    확실히 하찮은 희망이 의외로 인간을 평범한 사고로 이끌어버리는 게 맞지만, 그걸 끊어버리는 것 자체가 이미 위악적인 것 같아. 난 하찮은 희망이 좋고, 그걸로 밑도 끝도 없이 쪼잔해지는 내 부스러기들이 몸서쳐지게 싫으면서 좋아.
    위의 말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함정은, '사람'조차 못되고 '작가'가 되려하는 유형이겠지. 뭐 나의 편견이지만, 하찮은 희망으로라도 적당히 행복할 수 있다면 작가 따위는 때려치겠어. 예술가의 자의식이라는 건 그 고립으로서 가치가 있는 만큼 과대망상으로도 빠지기 쉬운 것 같으니까.
    이건 여담인데, 예술가들 중 상당수는 일상적인 삶에 빠져 살 만큼 성격이 원만하지 못한 경우가 많더구만. 뭐 어느 삶이 더 낫다고 얘기하려는 건 아니지만, 표현하기에 따라 미묘히 달라지는 속뜻을 갑자기 얘기하고 싶어서.

  2. 未完 2006/12/29 00:46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내가 설마 마음대로 지어냈을 리가 있나...

    당신 말대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말하는 '희망 없음'의 긍정은 그런 측면이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시마다 마사히코도 그렇고, 김훈도 그렇고, 까뮈도 그렇고, 그들이 말하는 '희망 없음'은 '속지 않음'과 동일한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거지. 이 세계가 나에게 주는 거짓된 희망, 뻔히 알면서도 속게 만드는 그런 '썩은 동아줄', 뭐 그런 것들을 포기할 줄 알아야 세계를 바로 보고 나 자신의 삶을 정당하게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오죽하면 까뮈는 이런 말도 했겠지.

    "그러므로 여기서 희망이란 영원히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것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줄기차게 덤벼들 수 있는 것임을 나는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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