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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3 한 정치인의 멘탈리티에 대하여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은 모두 다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건 이후 7개월 만에 그는 다시 정계로 복귀했는데, 그와 동시에 지난 20일,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님!
  최연희 의원입니다.

  그 사이 국회에 나오기까지 많은 고뇌와 번민이 있었습니다. 제 능력으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가혹한 질책을 이미 경험했기에 제 망설임은 더욱 컸습니다.
  모든 것이 다 제 부덕의 소치이며, 그 동안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려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10년 전 국회에서 처음 국회의원 선서를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 이후 저는 항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해왔습니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낙후된 고향의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해오면서, 변화되어 가는 지역의 모습에 성취감도 경험했습니다. 15대 이후 저는 16대·17대 국민의 부름을 두 번 더 받았습니다.
  그 동안 저는 국회의원으로서 한번도 개인의 이익을 국가 이익 앞에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양심에 반하는 권한을 행사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국회의원 직무의 모든 것이라 믿어왔습니다.
  지난 몇개월간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면서 저는 골수암이라는 병마와 싸우는 한 어린 학생을 알게 됐습니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저는 현실로부터 멀어지려고만 했던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번 일은 제게 깊은 아픔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드리고 싶은 말씀도 더러는 있었지만, 모든 것을 마음 속 깊이 품고 삭이면서 잊어버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저 자신에 대해 더욱 충실하고 엄격하게 채찍질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제 자신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공복으로서 더욱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연희 드림


  오늘은 이 한 인간의 멘탈리티를 좀 분석해보려고 한다. 그 방법은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 분석으로, 서한의 내용을 한 문단 씩 떼어놓고 평을 다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가끔 개인적인 견해가 섞여 있을 수도 있으나, 그런 건 개의치 말고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님!
  최연희 의원입니다.

  이 부분. 우선 발상부터가 문제다. 3선 의원씩이나 되면서 정계를 복귀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장님", "선배", "동료 의원님"들에게만 편지를 보낸다. 국민에 대한 공개적인 편지 같은 건 없다. 국회의원이 자기의 직무에 대해 얼마나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하는지 잘 알 수가 있다. 그들끼리만의 이해가 성립되면 다른 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국민이 이런 문제를 심판하는 데 있어서 너무 관대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 사이 국회에 나오기까지 많은 고뇌와 번민이 있었습니다. 제 능력으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가혹한 질책을 이미 경험했기에 제 망설임은 더욱 컸습니다.

  망설임이 크면 나오지 말아야지 이 ㅅㅂㄹㅁ. 이 문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제 능력으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가혹한 질책"이라는 부분이다. 본인에게 쏟아진 질책과 비난을, 스스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이 칠십이나 먹고서 여기자 가슴을 주무른 일을 잘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리는 없으나, 분명 억울하다고 생각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국회 안에는 더한 놈들도 많으니까. 그러나 그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 것이다. 만일 스스로가 정당했다면 당당히 변론하면 됐을 일을, 어째서 7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잠적하고 있다가 잠잠해졌다 싶으니까 다시 머리를 들고 기어나오나?

  모든 것이 다 제 부덕의 소치이며, 그 동안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려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부덕의 소치" 운운,하는 말은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그냥 '수사'에 불과하다. 말 자체는 그럴듯하지만, 우선 여기에도 '국민'은 빠져있다. 편지의 대상이 '국회의원들'로 한정되어 있으니 최씨 할아버지가 죄송하게 생각하는 "심려"란 결국 자신이 7개월 동안 국회에 머리를 내밀지 못하면서 생긴 국정공백, 그러니까 골프나 술자리 접대, 기타 혈세낭비 활동을 함께하지 못했음을 죄송하게 생각하는 것일 테다. 만일 자신이 끼친 "심려"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하려면, 국정활동 공백이나 세금 낭비로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피해자에게는 어째서 한 마디의 말도 없나.

  10년 전 국회에서 처음 국회의원 선서를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 이후 저는 항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해왔습니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낙후된 고향의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해오면서, 변화되어 가는 지역의 모습에 성취감도 경험했습니다. 15대 이후 저는 16대·17대 국민의 부름을 두 번 더 받았습니다.

  그러나 18대 국회에는 부름을 받지 못할 거라는 거. 이런 식의 수작은 낙오된 정치인이 슬쩍 모습을 나타낼 때 흔히 쓰는 수법이다. 여자 연예인들이 재기할 때 옷을 벗고 상품성을 드러내듯이, 이런 정치인들은 자신이 예전부터 열심히 일해왔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지역구 의원의 경우에는 "낙후된 고향의 발전" 같은 말을 써가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은근히 지지를 호소한다. 그리고 문제는, 이런 수법이 현실적으로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저는 국회의원으로서 한번도 개인의 이익을 국가 이익 앞에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양심에 반하는 권한을 행사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국회의원 직무의 모든 것이라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국회의원 직무에는 여자 가슴을 주무르는 것도 포함되나보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 해도, 최씨 할아버지는 이미 그 모든 것의 의미를 상실할 만한 처지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진실한 반성과 참회이지, 과거의 경력을 '거들먹거리며' 다시 국회에 발을 들이미는 제스쳐가 아니다. 최씨 할아버지를 다시 받아들인 한나라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몇개월간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면서 저는 골수암이라는 병마와 싸우는 한 어린 학생을 알게 됐습니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저는 현실로부터 멀어지려고만 했던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습니다.

  정말 당신 골수를 보고 싶다. 그냥 현실로부터 영원히 멀어져라. 이 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분노한 부분이다. 텍스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전형적인 눈돌리기 수법이라는 걸 확연히 알 수 있다. 어째서 갑자기 "골수암이라는 병마와 싸우는 한 어린 학생"이 나오는가? 논리학에서 말하는 '동정에의 호소'와 비슷한 오류다. 그 '불치병에 시달리는 학생'의 이미지와 자신의 이미지를 겹치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지지를 유도한 것이다. 정말 그런 학생을 알게 됐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그 학생이 참으로 불쌍하다. 더러운 정치인의 정계복귀 술책에 이용당한 것이니까.
  이 부분에서 다시 최씨 할아버지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데, 즉 자신이 당한 모든 비판과 비난을 "골수암이라는 병마"에 비유할 수 있는 "엄청난 고통"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당연한 대가라는 '상식적인' 발상을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야 할 하나의 장애물로 판단하는 것이다. 본인이 잠적한 것은 '자숙'이나 '반성'이 아니라, 그냥 "현실로부터 멀어지려고만 했던" 행동이라는 것을 세상에 널리 선언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이 한 인간이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나 도덕적인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일은 제게 깊은 아픔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드리고 싶은 말씀도 더러는 있었지만, 모든 것을 마음 속 깊이 품고 삭이면서 잊어버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저 자신에 대해 더욱 충실하고 엄격하게 채찍질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니가 잊으면 안되지 이 새퀴야. 넌 계속 기억해도 모자랄 판에 뭘 잊냐. 그리고 너만 잊으면 뭐하냐 다른 사람들은 다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 편지 사건의 하이라이트 오브 하이라이트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모든 것을 마음 속 깊이 품고 삭이면서 잊어버리겠습니다"이다. 여기서 최씨의 멘탈리티는 한국 정치계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스스로의 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선천적인 불치병.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그 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사태를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깊은 아픔"으로 생각하는 소아병. 급기야는 "모든 것을" "품고 삭이면서" "잊어버리겠"단다! 이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해야 하는 말이 아닌가? 우리나라의 법 체계는 이토록 허술하다. 성추행범이 7개월만에 정치를 재개할 수 있을 정도의 나라다.
  그의 "충실하고 엄격"한 "채찍질" 역시, 편지의 내용으로 봤을 때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분석을 통해서 이 한 인간은 전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근원적으로 사유한 적이 없으며, 그것에 대해 무언가가 잘못돼 있다는 발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채찍질"은 아마도, '억울함을 잊기 위한 행동'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다시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으리라고는 전혀 믿을 수가 없다.

  제 자신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공복으로서 더욱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연희 드림

  공복, 이건 필시 公僕을 의미하는 것일테다. 이 단어 역시 여기에서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언어의 의미는 사용에 있다'. 그의 '공복'은 단순한 수사일 뿐이며, 정말로 '국민의 종'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고 있지 않음에 틀림없다. 그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자신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국민이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지역 주민들에게라도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고로 그의 '공복'이라는 말은 나에게 '空腹感'을 불러일으킨다. 그냥 허할 뿐이다. 아, 씨바랄.

  대체적인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최씨 할아버지에게는 가망이 없다. 그는 스스로의 위치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유도 전무하다. 그가 국정활동에서 보여준 능력이 어떤 것들이었든지간에, 성추행·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을 하기에는 너무나 부적절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인간이 다시 18대 총선에서 '당선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참 참담한 기분이 든다. 네이버의 최씨 할아버지 기사에 대한 답글 중에 이런 것들이 있다.

  그동안 쌓아온 법조계 정치계의 공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건 인재사용에서도 옳지않은것으로 보인다. 잘못은 지역주민에게 더 봉사하는걸로 죄값을 치르면된다... 

  나는 이 네티즌이 '인재'라는 단어로 人材가 아니라 人災를 의미했을 거라 믿고 싶다. 이런 답글도 있다.

  동해사는 사람만 욕할자격있다. 나머지는 관계없는 팔불출들...
  그리고 국회의원이 어쩌구 그러는데 이게 국회의원직위를 이용해서 한게 아니지 않나? 직위를 이용해서 돈받은사건하고 하늘과 땅차이. 게다가 의도적이었는지 인사불성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할 이유없다고 생각한다. 법대로 하면 되는거지. 성추행이 비도덕적인것보다 훨씬 다수가 개인을 자기 입맛대로 매장시키는것도 비도덕적인 일이다.
 

이 사람은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국회의원은 '입법부'를 구성하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그 '입법부'라는 건 법을 제정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당연히도, 그 법이라는 건 전국민에게 영향을 준다. 지역구 주민들만 상관있는 게 아니다.
  또한 '국회의원 직위'라는 걸 '이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의 권한은 '직위'에서 생기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직위'에 따라 요구되는 행동양식이 있다. 그러므로 그가 의도적이든 인사불성이었든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했다는 것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물론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최씨 할아버지를 다음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나, 일부 위와 같은 의견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참으로 문제다. 한국인들은 전반적으로 '관대할 필요가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관대해서는 안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참으로 관대한 경향이 있다. 전두환이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명확해지는 경향성이다. 나는 그래서 저런 의견들을 보면 참 두렵다. 어쩐지 이 조그만 나라에는 희망이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어느 도시에 탱크가 들이닥치고 공수부대가 사람들을 마구 죽인다고 해도, 금방 잊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어쩌면 더 빨리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보너스로 답글 하나만 보여주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저는 고1 목사 지망생입니다..그렇지만 최연희 의원을 욕할 의향은 없습니다 의로운 심판자이시고 우리의 구원자이시며 자비와 긍휼이 무한하신 주님께서는 용서 하라고 하십니다 죄없는 자만이 돌을 던져라.. 이것은 용서를 의미 합니다 오늘 하루..굳이 최연희의원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과 용서, 긍휼한 마음을 베풀고 살아보시는것은 어떻겠습니까?서로 사랑하며 사는것이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믿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믿음,소망, 사랑중에 사랑이 제일이라.. 최연희의원의 죄는 기억 되어야 하겠지만 막무가내로 욕하는건 안좋다고 생각합니다 용서의 마음을 품어보십시다 그렇게 할때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비판은 욕설로 하는것이 아닙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가는것이 비판이지요. 마음으로 용서 한 뒤에 비판을 해야만 진정 정당한 비판이 되리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맘으로 당신에게 귓방망이 몇대를 선사하고 싶은데...왼뺨도 대주실꺼죠?
  용서해서 나라가 이모양이다. 개뿔이 용서는 모조리 사형이다.

  용서는 이제 그만하자. 지겹다, 용서. 친일파도 용서하고, 전두환도 용서하고, 비리 공무원이나 썩어 문드러진 정치인들도 용서하고. 이제는 도대체 누구를 더 용서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