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프로필이라면 뭘 의미하는 말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profile [proufail] n.
    ① (조각 따위의) 옆모습, 측면; 반면상.
    ② 윤곽(outline), 소묘; 인물 단평[소개].
    ③ [건축] 종단면도, 측면도.

정도로 뜻이 나온다. 나는 조각이나 건축 도면 따위가 아니니까, 아무래도 인물 소개 정도가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여기는 프로필 난이니까, 내 소개를 해야 한다. 나라는 인간을 아는 것은 별 도움이 안되겠지만, 일단 써보겠다.

  나는 1984년 1월 5일에 미국 워싱턴 주의 스포캔에서 태어났다. 워싱턴 주 하면 워싱턴 D.C.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고, 워싱턴 주는 캐나다와 국경을 마주한 서쪽 끝에 있는 주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한다. 여섯 살 때 다른 곳으로 떠나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안되는 미국 생활에서 깊게 각인된 것이 하나 있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루스벨트 호수가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매년 여름이면 그 곳에 캠핑을 갔다. 캠핑 마지막 날 호수 옆에서 캠프 파이어를 했을 때, 불빛에 일렁거리던 수면의 움직임을 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붉게 물들어 출렁이는 거대한 호수의 표면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하나의 상징처럼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내가 여섯 살이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아버지는 아프리카로의 이주를 결심했다. 그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따라갔지만, 사실 아버지는 아무 계획도 없었다. 내가 좀 더 컸더라면, 나는 혼자 미국에서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우리 가족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세네갈로 떠났다.
  세네갈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그나마 수도인 다카르가 파리-다카르 랠리로 알려진 것이 전부다. 여기는 프랑스어가 공용어여서, 우리는 많은 고생을 해야 했다. 아버지는 이 곳이 어업 중심이라는 것을 알고, 그물 장사로 생계를 꾸리려 했다. 그러나 이 곳의 어부들에게는 그물을 바꾸면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미신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 미신을 바꾸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그에 따라서 우리의 생활은 조금씩 편해져 갔지만, 무계획적인 아버지는(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불쑥 고개를 쳐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삼 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접고, 우리 가족은 한국으로 떠났다.
  그 이후로는 주욱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니까 미국 시민권이 있었지만, 만 18세가 되면서 한국 국적으로 정했다. 좀 더 개인적인 소개를 하자면, 취미는 독서와 음악감상이다. 주로 힙합이나 랩을 좋아하지만, 그 외의 장르도 크게 가리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인데, 학과 공부에 크게 흥미는 없다. 좋아하는 음식은 특별히 없지만, 싫어하는 음식은 꽤 있다. 특히 육류는 잘 먹지 않는 편이다. 그 외에 좋아하는 것은 밤에 마시는 맥주. 싫어하는 것은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사람과 쥐이다.

  대충 이 정도로 소개를 했는데, 아는 사람은 알아챘겠지만 사실 여기에 쓴 말들의 거의 100% 거짓말이다.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소개하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처음에는 쓰려고도 생각했다), 이런 곳에 줄줄이 혼자 늘어놓는다고 해서, 나라는(보잘 것 없기는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데 특별히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인간이란 것은 총체적인 것이라서, 글 몇 줄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여기에는 내가 쓴 글들이 많이 올라오니까, 그것으로 나를 판단해 주었으면 좋겠다. 넓은 우주에 비하면 먼지만큼도 안되는 인간들이, 작은 글 한 줄로 서로 오해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어서 이렇게 소개를 대신해 글을 쓴다.